“개 심장”(The Heart of a Dog) - 미하일 불가코프
“개 심장”(The Heart of a Dog) - 미하일 불가코프
"개를 인간으로 만들려 하면 반드시 재앙이 따르게 마련이다."
(You cannot make a man out of a dog without catastrophe.)
시작하는 말
모스크바, 1920년대 겨울. 혁명 이후 황폐해진 거리 위를 더럽고 병든 떠돌이 개 한 마리가 힘겹게 헤매고 있다. 이름은 ‘샤릭’이다. 추위와 굶주림 그리고 사람들의 냉혹함 속에서 그는 쓰레기통을 뒤지고 발길질을 맞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거리의 눈보라와 위험은 물론 횡단보도 하나조차 넘기 어려운 그의 삶은 절망 그 자체다. 그러나 샤릭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의식을 가진 존재로 그의 눈을 통해 인간 사회의 잔혹함과 이중성이 냉소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한 중년 신사와 마주친다. 잘 차려입고 위엄 있는 이 남자는 모스크바 중심가에 사는 유명한 외과의사 필립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다. 샤릭은 그가 던져준 소시지를 따라 그의 집으로 들어선다. 따뜻한 난로와 고급스러운 가구, 깔끔한 의사 가운, 여유로운 말투, 이 모든 것이 샤릭에게는 이질적이면서도 황홀한 새로운 세계다. 이제 그는 더 이상 굶지 않는다. 고기와 우유, 포근한 담요가 그의 삶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 따뜻한 공간에는 어딘가 섬뜩한 기운이 흐른다. 교수는 단순히 동정심으로 개를 구한 것이 아니다. 그는 샤릭에게 인간의 뇌 조직과 고환을 이식하는 실험을 준비 중이다. 개에게 인간의 특질을 부여하려는 이 위험한 계획은 과학과 윤리, 인간성과 존재의 경계에 대한 묵직한 질문들을 서서히 떠오르게 한다. 인간 사회를 풍자적으로 비추는 샤릭의 시선은 이제 본격적으로 펼쳐질 기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의 문을 조용히 열어젖힌다.
1. 저자, 미하일 불가코프(Mikhail Afanasyevich Bulgakov, 1891. 5. 15 ~ 1940. 3. 10)
러시아의 소설가, 극작가, 의사. 니콜라이 고골, 이삭 바벨과 함께 대표적인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문학 작가이며 그의 대표작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20세기에 탄생한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1890년 신학과 교수인 아버지가 사제를 맡고 있던 키이우에서 태어나 일생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냈다. 이후 키이우 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키이우 군사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적십자사에 지원하여 직접 전선에 투입되었다. 여기서 입은 부상과 만성 복통으로 모르핀을 복용하기도 했었으나 1918년에 와서 끊었다. 단편 소설 “모르핀”이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이후 체르니우치를 거쳐 스몰렌스크 지방의 의사로 근무했다. 그리고 다시 뱌지마를 거쳐 키이우로 돌아와 개업의를 했다.
1919년 러시아 내전 도중 우크라이나 인민군에 징집되어 북캅카스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했다가 발진티푸스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지만 다행히 살아났다.
병이 회복된 후 불가코프는 의사 일을 그만두고 문학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생계를 위해 신문과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지만 소비에트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써 몇몇 희곡 작품들이 상연이 금지되는 일도 있었다. 그는 1930년 3월 이오시프 스탈린과 소련 정부에게 자신이 소련을 떠나게 해달라고 만약 불가능하다면 극장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쓴다.
불가코프의 편지를 받고 한 달 후에 스탈린은 불가코프에게 전화를 걸어 극장 일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준다. 그 후 불가코프는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조감독으로 일하게 되었지만 작품들을 출간할 수는 없었다.
내전 때 백군 복무 경력에 일생의 대부분을 우크라이나에서 보냈고 공산주의에 비판적인 반체제 인사이기까지 하니 숙청되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고 불가코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소극적으로 저항하거나 정치색이 약했던 작가들도 사형에 처해지거나 굴라크로 끌려가는 등의 수모를 당했지만 불가코프는 다름 아닌 스탈린이 그의 작품을 좋아했기에 살아남은 것은 물론이고 일자리도 얻으며 타 작가에 비하면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1938년 희곡 “바툼”이 스탈린이 중심인물이라는 이유로 상연이 금지되자 그는 1929년에 집필을 시작했다가 중단했던 장편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 이 작품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불가코프는 1940년 2월에 작품을 탈고하고 한 달 후인 3월 10일 모스크바에서 숨을 거둔다. 후반부를 쓸 때는 건강이 심하게 악화되어 아내에게 구술을 하여 작품을 완성시켰다. 다만 직접 탈고는 하지 못해 이야기가 일부 상충하는 대목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당대에는 출간되지 못하고 27년이 지난 1967년이 되어서야 출간될 수 있었다. 사실 본인도 이 소설이 출판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던 듯하다. 그의 지인인 편집자가 완성된 원고를 보았는데 혹시 출판이 가능하겠느냐고 묻자 편집자는 "불가능하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출신 작가이고 공산당에 반대하여 우크라이나 인민군에 입대한 전적이 있지만 자신을 러시아계로 여겼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독립이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에 반대하는 성향을 보였으며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고깝게 보는 경우가 많다. 이 점에 있어서 니콜라이 고골과 비슷한 점이 있으며 이를 반영해서 2022년 러.우전쟁으로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면서 기념패가 철거되기도 했다.
2. 저작 동기
미하일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The Heart of a Dog)은 단순한 풍자 소설이 아니라 1920년대 소련 사회의 극단적인 실험정신과 인간 개조에 대한 비판이 담긴 작품이다.
1) 혁명 이후 ‘새 인간’을 만들려는 사회주의 이념 비판
불가코프는 이 작품을 통해 소련 공산당이 인간의 본성을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새로운 인간'을 만들려는 시도를 비판하고자 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은 인간을 ‘사회주의적 이상형’에 맞게 교육하고 변화시키려 했고 이는 실제로 과학·의학·교육 정책 등 사회 전반에서 나타났다. 불가코프는 이러한 시도를 “과학을 앞세운 오만한 실험”으로 보았으며 “개의 심장”의 중심 모티프인 개의 뇌와 정소에 인간의 것을 이식해 새로운 존재를 창조하려는 실험은 그에 대한 상징적 풍자다.
2) 사회 현실에 대한 실망과 풍자
1925년 불가코프가 이 소설을 쓸 당시 그는 이미 검열과 체제 탄압 속에 있었다. 그는 공공연히 레닌 사망 이후 혼란스러운 브레즈네프 초기 체제, 그리고 붉은 테러 이후의 억압적 분위기를 비판하고자 했다. 특히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의 입을 빌려 정부와 인민위원회를 비판하는 장면들은 불가코프 자신이 느끼던 지식인의 무력감과 좌절 그리고 새 체제에 대한 회의를 드러낸다.
3) 인간 본성과 윤리적 한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
“개의 심장”은 단순히 정치 풍자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문명과 본성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같은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불가코프는 인간을 과학적으로 재조립하거나 제도적으로 교화하려는 시도가 윤리적, 철학적으로 얼마나 위험한가를 말하고자 했고 그 동기가 이 소설 전반에 깔려 있다.
불가코프는 “개의 심장”을 통해 소련 혁명 이후 사회주의 체제가 인간 본성을 무시하고 인위적인 인간 개조를 시도하는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윤리적, 사회적, 철학적 문제들을 풍자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3. 시대적 배경
미하일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The Heart of a Dog)은 1920년대 초반, 혁명 직후의 소련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 시기의 급격한 정치·사회 변화가 소설 전반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결정짓는다.
1) 러시아 혁명 이후의 혼란기(1917–1920년대 중반)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제정 러시아가 무너지고 볼셰비키(레닌 중심의 공산당 세력)가 권력을 장악한 후 내전(1918–1922)을 거쳐 소련(소비에트 연방)이 성립된다.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사회주의 질서”를 만들기 위한 급진적인 개혁과 실험이 진행되었다. 계급 철폐, 부르주아 계층의 몰락, 노동자와 농민 중심의 사회 체제 구축, 과학과 기술을 통한 인간 개조, 유토피아 건설에 대한 기대 등
2) 네프(NEP) 시대의 모순(1921–1928)
NEP(New Economic Policy)는 내전 후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레닌이 도입한 제한적 자본주의 정책으로 이 시기엔 시장경제 요소 일부가 허용되면서 경제적·사회적 모순이 발생되었다. 전통 지식인과 신흥 노동계급 간의 갈등, 문화 예술계의 혼란, 관료주의 비대화가 나타난다.
3) 사상 통제와 표현의 제한
이 시기부터 문학과 예술은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통제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외의 표현 방식은 금지 또는 검열 대상이 된다. 불가코프도 이 영향을 받으며 “개의 심장”은 즉시 금서로 지정된다.
“개의 심장”은 러시아 혁명 직후 NEP 시기 소련의 사회적 실험과 이념적 혼란을 배경으로 하며 “새 인간”을 만들겠다는 공산주의 이상주의와 현실의 충돌,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윤리적, 정치적, 인간적 파탄을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이다.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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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요 캐릭터들
미하일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The Heart of a Dog)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단순한 인격체를 넘어서 사회 계층, 정치 체제, 인간 본성 등을 상징한다.
1)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Professor Preobrazhensky)
저명한 외과 의사이자 생리학자이며 구제 지식인, 과학의 권위, 그리고 질서와 문명의 대표자다. 그는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이자 냉소적이고 권위적인 성격으로 혁명 이후에도 귀족적인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신흥 노동 계급과 관료들을 멸시한다. 그는 “새 인간”을 만들려는 실험을 통해 신의 자리를 넘보는 과학자의 오만함과 동시에 그 실험이 낳는 도덕적 딜레마를 구현하는 인물이다.
2) 샤릭(Sharik) → 샤리코프(Sharikov)
샤릭은 거리에서 굶주린 상태로 떠돌던 들개다. 샤리코프는 프레오브라젠스키의 실험으로 인간의 뇌(범죄자 클림 추가노프의 것)를 이식받고 인간으로 변화한 존재다. 그는 인간 본성 중 저열하고 폭력적인 요소의 극단적 표출자며 사회주의 혁명의 결과물로서의 신체제 인간이며 무지, 폭력, 탐욕, 체제의 맹목성을 가지고 있다. 샤리코프는 언어를 배우고 사회 제도를 흉내 내지만 본성은 여전히 짐승과 다를 바 없다. 그는 새로운 체제의 인간형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3) 보름망탈(Bormmenthal) 박사
프레오브라젠스키의 조수로 젊고 유능한 의사다. 그는 교수의 실험을 충실히 돕지만 실험의 결과에 대해 도덕적 갈등을 겪는다. 그는 과학과 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 지식인이며 체제에 비판적이지만 현실에 순응해야 하는 중간자의 모습을 보인다. 그는 작품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고민을 안고 있는 인물로 ‘과학은 어떻게 허용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반영한다.
4) 젤도브(Shvonder)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후 등장한 관료 계층의 전형이다. 프레오브라젠스키의 집을 공동 주택으로 나누자는 혁명 위원회의 일원으로 무식하면서도 권력을 휘두르려 한다. 그는 무능한 관료주의, 이념에 취한 계층 투쟁자, 교육은 부족하지만 정치적 명분만으로 권위를 행사하려는 존재다. 그는 체제를 움직이는 힘이 반드시 능력 있는 이들이 아니며 때로는 이념이 전문성과 질서를 파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5. 주요 테마
“개의 심장”(The Heart of a Dog)의 주요 테마는 사회주의 이념의 한계, 인간 본성, 그리고 윤리적 실험과 관련된 심오한 질문을 다룬다. 이 소설은 과학적 실험과 인간 개조의 위험성을 비판하면서 도덕적, 사회적 변화의 불가능성에 대한 고찰을 제시한다.
1) 사회주의와 혁명적 이상에 대한 비판
“개의 심장”은 혁명 후 새 사회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인간을 만들겠다는 체제의 실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의 실험은 바로 사회주의 이념이 추구한 ‘이상적인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풍자하는 장치다. 하지만 그 실험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며 이는 혁명 후 체제의 이념적 공허함과 그로 인한 비극적 결과를 보여준다.
2) 인간 본성의 불변성
소설에서 샤리코프는 개에서 인간으로 변환되지만 결국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중심 테마로 드러난다. 사회주의적 이상이 인간 본성을 바꿀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불가능하다”이다. 인간의 본성은 단순히 교육이나 환경 변화로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체제가 어떤 이상을 추구하더라도 본질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함을 시사한다.
3) 과학의 오만과 윤리적 책임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는 과학적 권위와 지식으로 윤리적 경계를 무시한 실험을 진행한다. 이 실험은 기술과 과학이 인간 본성의 깊은 영역을 다룰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과학이 인간의 본성과 사회를 ‘개조’하려는 시도는 도덕적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중요한 테마를 내포하고 있다.
4) 관료주의와 무능
젤도브와 같은 관료 캐릭터는 체제 내에서 이념만을 내세우며 실질적인 능력 없이 권력을 휘두르는 무능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는 소련 사회 내의 부패하고 비효율적인 관료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는 요소다. 새 인간을 만들려는 이상적인 목표와 달리 체제 내에서는 부패와 무능이 만연하고 그로 인해 체제는 비효율적이고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돌아가게 된다.
5) 도덕적 혼란과 인간성
작품은 단순히 혁명적 이념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처한 도덕적 갈등과 자신의 인간성을 이해하려는 여정을 탐구한다.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와 보름망탈 박사는 자신들의 과학적 업적에 자부심을 가지지만 실험의 결과가 가져오는 도덕적 혼란에 부딪히며 고뇌한다. 샤리코프는 인간으로 변환되었지만 여전히 폭력적이고 본능적인 성향을 지닌 존재로 남으며 이는 인간성과 윤리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에 대한 심오한 질문이다.
“개의 심장”은 사회주의 실험과 혁명적 이상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인간 본성의 불변성과 과학과 윤리의 한계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과학적 오만은 윤리적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 체제는 이념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관료주의적 무능과 부패를 겪는다.
이 작품은 과학과 혁명, 인간성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도덕적, 정치적,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당시 소련 사회의 부조리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6. 전체 줄거리 요약
“개의 심장”(The Heart of a Dog)은 미하일 불가코프가 쓴 풍자적이고 비판적인 소설로 1920년대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 이후의 사회적 혼란을 배경으로 한다. 이 소설은 과학과 사회주의 이념의 불완전성과 인간 본성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는 저명한 외과 의사이자 생리학자로 혁명 후의 혼란 속에서도 구제적인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 한다. 그는 개 샤릭을 만나게 되며 샤릭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 교수는 샤릭의 뇌에 인간의 뇌를 이식하는 실험을 통해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내려 한다. 이 실험의 결과로 샤릭은 사람으로 변해 샤리코프라는 인간으로 태어난다.
샤리코프는 폭력적이고, 무지하며, 본능적인 성향을 지닌 인물로 변한다. 그는 사회적 규범과 도덕을 이해하지 못하고 교수의 집에 거주하면서 이기적이고 자비 없는 행동을 일삼는다. 교수는 그의 행동에 충격을 받으며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깨닫는다. 샤리코프는 점차 사회주의 혁명 후의 신흥 계급을 대표하는 인물로 등장하며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자 한다. 그는 무능한 관료주의와 혁명적 이상을 비판하고 사회의 변화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와의 갈등을 겪는다.
이 소설은 사회주의 체제의 이상과 현실, 과학의 오만을 풍자하며 인간 본성의 불변성과 윤리적 책임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제기한다. 결국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는 자신의 실험이 초래한 결과를 뒤집으려 하지만 샤리코프는 여전히 본능적으로 폭력적이고 불안정한 존재로 남게 된다.
“개의 심장”은 인간 개조의 시도와 그로 인한 도덕적, 사회적 재앙을 탐구하면서 인간 본성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나가는 말
실험은 성공한 듯 보였다. 인간의 뇌하수체와 정소를 이식받은 개 ‘샤릭’은 점차 인간의 형태로 변화한다. 그는 말하고 걷고 사회적 행위를 모방하게 된다. 새로운 이름은 "샤리코프(Полиграф Полиграфович Шариков)". 그러나 그는 단순히 인간의 외형만을 갖추었을 뿐 내면은 여전히 거칠고 폭력적이며 저속하다. 샤리코프는 술을 마시고 거짓말을 하고 고양이를 죽이는 등 전형적인 비도덕적이며 반사회적인 인간상을 드러낸다. 그는 소련 체제 속에서 노동자 계층의 이름으로 권리를 주장하며 오히려 프레오브라젠스키와 보로멘탈 박사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로 변해간다. 과학적 이상주의로 시작된 실험은 이제 통제 불가능한 윤리적 파탄으로 치닫고 과연 ‘인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작품 내내 되풀이된다.
결국 프레오브라젠스키는 결단을 내린다. 그는 샤리코프에게 다시 외과 수술을 실시하여 그를 개로 되돌린다. 이 결정은 단지 생물학적 조치가 아니라 인간 개조라는 공산주의적 실험의 실패를 선언하는 철학적 행위로 해석된다.
작품은 다시 샤릭으로 돌아간 개가 프레오브라젠스키의 집에서 평온하게 지내며 이전처럼 고기와 우유를 먹고, 주인의 음성을 듣고, 따뜻한 방에서 만족해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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