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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얼굴을 한 집”(Casa Tomada) - 훌리오 코르타사르(Julio Cortázar)

이삭44 2025. 6. 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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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얼굴을 한 집”(Casa Tomada) - 훌리오 코르타사르(Julio Cortázar)

 

우리는 그 집을 좋아했다. 넓고 오래된 데다 요즘은 오래된 집들이 헐려 자재로 팔려나가기 일쑤지만 그 안에는 우리 증조부모와 할아버지, 부모님, 그리고 우리의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Nos gustaba la casa porque aparte de espaciosa y antigua hoy que las casas antiguas sucumben a la más ventajosa liquidación de sus materiales guardaba los recuerdos de nuestros bisabuelos, el abuelo paterno, nuestros padres y toda la infancia.)

(We liked the house because, aside from being spacious and old today old houses go down for the most advantageous salvage of their materials it kept the memories of our great-grandparents, paternal grandfather, our parents, and all of our childhood.)

 

훌리오 코르타사르
훌리오 코르타사르

시작하는 말

 

밤은 모든 것을 감추지 않는다. 때로는 낮보다 더 정직하게 우리가 외면해 온 것들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바로 그 밤에 집은 얼굴을 갖는다. 그것도 결코 익숙하지 않은 얼굴 오래 알고 지낸 줄 알았으나 실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는 낯선 얼굴이다.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밤에 얼굴을 한 집은 그러한 얼굴을 마주하는 이야기이다. 폐쇄된 복도와 침묵하는 벽, 점점 다가오는 '무언가'의 존재는 일상이라는 이름의 안온한 집을 서서히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이 갉아먹는다. 이 작품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을 포착해 독자에게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만든다. 그것은 단순한 공포도 단순한 상징도 아니다. 우리가 말하지 못하고 감각하지 못했던 내면의 어떤 징후 혹은 시대와 존재의 불안을 불쑥 얼굴 삼아 드러내는 것이다.

코르타사르의 글쓰기는 단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 속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어느 날 문득 밀려드는 정체불명의 기척, 하염없이 밀려드는 침묵이다. “밤에 얼굴을 한 집은 바로 그런 기묘한 감각의 문을 여는 열쇠와 같다. 이 집의 얼굴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당신은 곧 그 문을 열게 될 것이다.

 

1. 저자, 훌리오 코르타사르(Julio Cortázar, 1914. 8. 26 ~ 1984. 2. 12)

 

훌리오 코르타사르(Julio Cortázar)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이자 번역가, 지적 실험가로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환상문학과 실험적 서사기법 그리고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인 글쓰기로 문학사에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특히 1960~70년대의 붐(Boom) 문학 운동을 이끈 주요 작가로 꼽힌다.

 

19148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르헨티나 외교관의 아들로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태어난 그는 독일군의 점령 아래 있던 브뤼셀에서 어린 시절을 시작했으며 곧 가족과 함께 아르헨티나로 귀국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의 반필리아에서 성장했다.

 

그는 대학에서는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으나 가난 때문에 중도에 학업을 중단했고 교사로 일하며 문학을 계속 공부했다. 이후 프랑스어 번역가로 활동하며 에드가 앨런 포, 앙드레 지드,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등의 작품을 스페인어로 번역했다. 이 작업을 통해 영미 및 유럽 문학의 실험 정신과 환상성을 내면화하게 된다.

 

1951년 페론 정권의 독재 정치에 환멸을 느껴 프랑스로 이주해 망명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파리를 중심으로 집필 활동을 이어가며 유네스코에서 번역가로 일하기도 했고 니카라과 혁명과 같은 중남미의 정치 운동에도 깊이 관여했다.

 

코르타사르는 단편 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며 실험성과 환상성,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독창적인 문체를 구사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팔방치기’, ‘행복한 청소부 곰’, ‘아르헨티나 단편집이 있고 대표적인 장편소설로는 사방치기’(Rayuela(Hopscotch, 1963)가 있는데 이 작품은 전통적인 소설 형식을 파괴하고 독자가 원하는 순서대로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된 비선형 소설이다.

 

그는 1984212일 프랑스 파리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말년에는 사회 정의와 정치적 의식에 더욱 몰입하며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혁명이나 쿠바의 혁명 정부 등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그는 파리의 몽파르나스 묘지(Cimetière du Montparnasse)에 묻혔다.

 

훌리오 코르타사르는 단순히 이야기를 잘 쓰는 작가를 넘어 독자와의 상호작용을 문학의 본질로 끌어올린 서사 실험가다. 보르헤스가 언어와 지식의 미로를 구축했다면 코르타사르는 그 미로 속에서 인간 존재의 불안과 자유 그리고 놀이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세계 문학의 중심으로 옮겨놓은 문학 혁명의 선구자이자 여전히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창조적 거인이다.

 

2. 저작 동기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단편 밤에 얼굴을 한 집”(Casa Tomada, 1946)은 단순한 환상 소설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억압과 작가 개인의 내면적 불안에 대한 은유로도 읽히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의 시대적 배경, 개인적 감수성, 그리고 문학적 실험정신이 맞물려 형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밤에 얼굴을 한 집1946년 훌리오 코르타사르가 후안 도밍고 페론(Juan Domingo Perón)의 독재 정권 하의 아르헨티나에서 살던 시기에 쓰인 작품이다. 이 시기는 지식인과 예술인에 대한 통제가 점차 강화되던 때로 코르타사르는 자유의 위협, 말할 수 없는 두려움, 점차 잠식되어 가는 정신적 공간에 깊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감정은 작품에 등장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점령당해 가는 집이라는 설정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되었다.

 

코르타사르는 실제로 이 작품을 악몽에서 영감을 받아 단숨에 써내려갔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어느 날 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점점 점령당해 한 방씩 빼앗기고 결국 집을 버리고 나와야만 하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집필하게 된다. 그는 이 불가해한 꿈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시대적 불안과 인간 내면의 공포를 투사했다.

 

특히 그는 이 단편을 정치적 상징으로 해석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당시 아르헨티나 사회의 억압적 분위기와의 유비적 독해를 가능하게 한다. 코르타사르 자신도 후에 이 작품이 페론 정권의 압박 속에서 지식인들이 겪던 무언의 침묵과 수동적 후퇴를 무의식적으로 반영하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밤에 얼굴을 한 집은 꿈에서 비롯된 환상적 이미지이지만 그 꿈은 작가의 시대적 불안과 내면의 진동을 증폭시킨 산물이었다. 이는 코르타사르가 일상과 환상, 현실과 공포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공포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점령해 들어오는지를 보여주려는 문학적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3. 시대적 배경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밤에 얼굴을 한 집”(Casa Tomada, 1946)은 단순한 환상문학이 아니라 194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의 정치적·사회적 혼란기를 배경으로 탄생했으며 그 시대의 억압과 불안이 작품 전체에 비가시적인 형태로 스며들어 있다.

 

밤에 얼굴을 한 집이 발표된 1946년의 아르헨티나는 후안 도밍고 페론(Juan Domingo Perón)의 집권이 시작된 시기였다. 페론은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동시에 언론과 교육, 예술계에 대한 강력한 통제와 검열을 시행하면서 지식인 사회에는 깊은 긴장과 침묵의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이 시기 아르헨티나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세계 질서가 재편되던 가운데 민족주의, 포퓰리즘, 권위주의 정치가 결합된 페론주의(Peronismo) 체제 아래 놓이게 된다. 특히 지식인, 작가, 언론인, 교육자 등은 페론 정권의 정치 이데올로기에 순응할 것을 요구받았고 많은 이들이 검열, 탄압, 실직, 망명의 길을 선택해야 했다.

 

훌리오 코르타사르 역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립대학교 교수직에서 사임했고 이듬해에는 정치적 압박에 항의하며 프랑스로 망명하게 된다. 그는 침묵하느니 떠나는 편을 택했다라고 말할 만큼 내면의 자유를 억누르는 사회의 분위기에 깊은 반감을 품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쓰인 밤에 얼굴을 한 집은 겉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의 침입으로 인해 주인공 남매가 자신들의 집에서 점점 밀려나는 이야기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 침입과 정신적 퇴각, 불가해한 억압의 실체를 은유하는 깊은 정치적·심리적 함의가 깔려 있다.

 

밤에 얼굴을 한 집은 단지 상상 속 공포를 그린 작품이 아니라 당시 아르헨티나 사회에 만연하던 억압과 공포의 정서를 비유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는 말 그대로 검열되고 감시받는 현실 혹은 그것에 침묵하며 적응해 가는 인간의 내면을 상징한다. 코르타사르는 현실을 직접 말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그 불안을 더욱 날카롭게 드러내는 문학적 방식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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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요 캐릭터들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밤에 얼굴을 한 집”(Casa Tomada)에는 주요 인물로 남매 두 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이름이 거의 언급되지 않는 채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그 익명성과 평면성 속에서 사회적·심리적 상징의 역할을 수행한다. 코르타사르 특유의 환상과 불안의 서사 속에서 이들은 단지 개인을 넘어 전형적인 인간 존재 혹은 지식인의 형상으로 확장된다.

 

1) 이레네(Irene)

 

여성이며 화자의 누이로 성격은 조용하고 절제된 성품으로 자기 세계에 몰두하며 일상을 반복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뜨개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며 사교적이지 않고 집 밖 사람들과의 접촉이 없다.

집 안의 변화(점령)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침입에 대해 반격하거나 탈출하려 하지 않고 말없이 물러나는 태도는 운명 수용적 혹은 수동적 지식인의 상징처럼 읽힌다.

 

이레네는 내면의 고요함과 몰입을 상징하며 외부 세계에 대한 차단과 자기 폐쇄를 극단적으로 구현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현실의 변화에 대해 감정적 동요 없이 침묵으로 응답하며 일상 속에 숨어든 이질적인 공포 앞에서도 회피적 수용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2) 화자(이레네의 오빠, 이름 없음)

 

남성으로 이레네의 오빠이자 이야기의 1인칭 화자다. 차분하고 관찰적인 성격으로 외부 세계보다는 가족과 집 안의 세계에 집중한다. 가족의 유산과 집을 지키는 책임감이 있지만 실제로는 무기력하게 후퇴한다. 집의 점령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거나 분석하지 않고 그것을 설명 불가능한 어떤 것으로 남겨둔다. 이레네와 마찬가지로 침입에 저항하지 않으며 마지막엔 열쇠를 집 안으로 던지고 도망치듯 떠난다.

 

이름 없는 이 화자는 코르타사르가 작가 자신 혹은 당시 지식인의 초상으로 투영한 인물로 보이기도 한다. 그는 불가해한 침입 앞에서 저항보다는 침묵과 후퇴를 선택하며 사회적·정치적 억압에 대한 암묵적 비유의 핵심을 구성한다.

 

두 사람은 부모 없이 유산을 물려받은 채 함께 살아가는 남매로 외부 세계와 단절된 고립된 공간 속 폐쇄적 공존을 보여준다. 이들은 일상에 대한 충실함과 자기 내면에 대한 몰입을 유지하지만 외부의 침입자가 집을 점점 점령해 나갈 때 적극적인 저항 없이 공간을 포기하며 물러나는 태도를 공유한다. 이러한 인물의 성격은 단순한 공포 소설의 등장인물이 아니라 불가해한 시대의 현실 앞에서 침묵하고 후퇴하는 인간의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

 

5. 주요 테마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밤에 얼굴을 한 집”(Casa Tomada*, 1946)은 단순한 공포나 초자연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존재의 불안, 정체불명의 억압, 정신적 후퇴, 그리고 고립된 인간의 자기 폐쇄적 태도 등을 중심으로 다층적으로 전개된다.

 

1) 침입과 상실의 공포

 

가장 뚜렷한 표면적 테마는 무언가의 침입에 의한 공간의 상실이다. 이야기에서 등장인물들은 외부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리에 의해 자신들의 집 일부를 포기하고 점점 공간을 내어주며 후퇴한다. 이때 침입자는 구체적인 모습이나 정체 없이 단지 존재의 기척으로만 암시되며 이로 인해 독자 스스로 공포를 구성하게 만드는 문학적 긴장감이 형성된다. 이는 물리적 침입이 아닌 심리적·사회적 불안이 점진적으로 삶을 잠식해 오는 과정을 상징한다.

 

2) 수동적 순응과 침묵의 윤리

 

주인공 남매는 침입자에 대해 저항하거나 정면 대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 말 없이 방 하나, 복도 하나씩 물러나며 집의 통제권을 넘겨준다. 이러한 무저항적 태도는 억압적 체제 속에서 침묵과 순응을 선택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1940년대 아르헨티나 페론 정권 하에서 지식인들이 경험한 정신적 검열과 후퇴에 대한 은유로 해석되기도 한다.

 

3) 고립과 내면의 자폐화

 

작품 속 남매는 사회와 단절된 채 집 안에서만 살아가며 외부와의 접촉 없이 반복적인 일상에 몰두한다. 이들은 과거와 유산, 전통 속에 안주하며 현재를 보존하려는 태도를 보이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변화와 위협에 취약해진다. 이는 고립된 인간의 내면이 어떻게 스스로를 폐쇄하고 마침내 붕괴하는가를 보여준다. ‘은 자기 정체성과 안전함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정체되고 부패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4) 불가해한 현실과 환상의 공존

 

이 작품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는 전형적인 마술적 리얼리즘혹은 환상문학의 특성을 지닌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침입자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위협적이며 이를 통해 코르타사르는 논리적 서사의 한계를 넘는 초현실적 감각을 불러온다. 이는 인간이 일상 속에서 감지하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에 대한 문학적 재현이기도 하다.

 

5) 공간의 상징성과 존재의 해체

 

이야기에서 은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라 기억과 유산, 정체성의 집합체다. 그 공간이 점차 파괴되고 주인공들이 그 공간에서 퇴장하면서 그들은 자기 정체성의 일부를 상실하게 된다. 결국, 공간의 소거는 존재의 해체를 의미한다.

 

밤에 얼굴을 한 집은 단순한 환상소설이 아니라 공간의 상실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의 불안을 말하는 철학적 비유이자 시대적 억압 속 침묵과 순응을 강요받는 인간의 내면을 고발하는 정치적 우화다. 그 불가해한 공포는 결국 현실 속 우리 자신이 맞닥뜨리는 실존의 그림자이며 코르타사르는 이를 통해 침묵하는 시대 속 인간의 윤리와 선택을 묻고 있다.

 

6. 전체 줄거리 요약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밤에 얼굴을 한 집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오래되고 넓은 저택에서 함께 살아가는 중년 남매, 화자(이름 없음)와 그의 누이 이레네의 이야기다. 이들은 조용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며 외부 세계와는 거의 단절된 채 살아간다. 화자는 잡다한 일들을 돌보며 시간을 보내고 이레네는 뜨개질에 몰두하며 살아간다. 두 사람은 과거의 가족과 유산의 기억이 담긴 이 집에서 과거의 질서를 유지한 채 평화로운 삶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집의 일부에서 설명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소리와 기척이 느껴진다. 침입자에 대한 정체는 끝내 드러나지 않지만 남매는 점차 그 공간을 피하고 복도 하나, 방 하나씩 차례로 포기하며 집의 점령을 받아들인다. 저항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그저 침묵 속에서 순응하며 집 안의 공간을 줄여나간다. 결국 남매는 남은 공간마저 내어준 채 마지막에는 열쇠를 집 안으로 던지고 아무 말 없이 집을 떠나 거리로 나선다. 작품은 어떤 구체적인 공포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침묵 속에 점령당해 가는 존재와 공간의 상실, 그리고 이에 무력하게 순응하는 인간 내면의 불안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한 이 작품은 집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통해 고립과 침묵, 억압에 대한 상징적 은유를 펼쳐 보인다.

 

나가는 말

 

코르타사르의 밤에 얼굴을 한 집을 읽고 나면 우리는 어느새 자신만의 집을 돌아보게 된다. 그곳은 정말로 나의 공간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게 조금씩 점령당해 가는 중은 아닌가. 집이라는 물리적 장소는 곧 심리적 안식처이자 세계의 축소판이지만 코르타사르는 그 가장 친밀한 공간에서조차 정체 모를 침입과 상실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속삭인다.

작품 속 인물들이 집의 한 공간씩을 포기하며 후퇴하듯 우리 또한 때로는 말할 수 없는 불안 앞에 한 걸음씩 물러난다. 그러나 그 불안의 정체는 끝내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강렬한 힘이다. 정체를 알 수 없기에 더 선명하게 남는다. 침묵하는 공간, 설명되지 않는 사건, 그리고 끝내 열리지 않는 문, 모든 것은 열려 있지만 동시에 닫혀 있다.

밤에 얼굴을 한 집은 어떤 해답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당신의 집은 지금 누구의 얼굴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얼굴은 진정 당신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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