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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논술, 고전 읽기] 토머스 새뮤얼 쿤 '과학적 진실'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이삭44 2023. 12.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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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새뮤얼 쿤 '과학적 진실'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토머스 새뮤얼 쿤 '과학혁명의 구조'

과학혁명
과학혁명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이 과학이지만 현상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중요하다.
'천동설'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지동설'이 나와 명쾌히 설명하듯 관점이 바뀌는 것 '과학혁명'이라 한다.

 

1. 과학혁명을 이룬 토마스 쿤

 

우주의 중심은 지구이고, 태양을 비롯한 모든 천체는 지구 주위를 돈다는 주장을 천동설(天動說)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태양이 중심이고 그 주위를 지구가 돈다는 것은 지동설(地動說)이다. 우리는 둘 중 어느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우리 모두가 지동설이 옳다고 할 것이다. 대개 '과학'이라고 하면 사실과 객관적 진리,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험 결과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과학의 역사는 객관적 사실들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흔들어 놓은 사람이 '과학혁명의 구조'를 쓴 토머스 새뮤얼 쿤이다. 그는 이 책에서 과학이 늘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진리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과학이라는 분야에서도 현상을 바라보는 '렌즈'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다시 말해 같은 현상이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주 객관적이라고 여기는 과학의 영역에도 사람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토머스 쿤은 한 시대의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렌즈로 대상을 바라보므로 과학자도 그가 사는 시대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시대 사람들의 렌즈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나타나면, 그것을 풀기 위한 과정에서 새로운 렌즈가 등장한다. 예를 들면 천동설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지동설이 명쾌하게 설명한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이제 지동설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따르게 된다. 이처럼 어떤 현상에 대해 사람들 대부분이 받아들이고 있는 공통의 렌즈를 가리켜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그리고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뀐 것처럼, 옛 패러다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것을 가리켜 '과학혁명'이라고 하는 것이다.

 

2. 이야기 하나, 정치와 안보

2004년 미국 부시 대통령이 재선(再選)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부시가 '경제' 패러다임을 '안보' 패러다임으로 바꿀 수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9·11 테러 이후 많은 미국인이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는 설명인 셈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생각 변화가 대통령 선출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이유로 2022년 대통령이 바뀌었다.

과학에 대한 토머스 쿤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공부해 온 길을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하버드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했다. 교수님의 강의를 돕다가 과학사에 강한 흥미를 가지게 됐고, 철학, 심리학, 언어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접하면서 어떤 대상을 이해하는 데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다른 학문에 관심이 깊어지면서 그의 시각도 한층 넓어지게 된 것이다.

3. 이야기 둘, 자유경제

1960년대 미국 경제를 주도한 것은 '케인스주의'였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사상에 기초한 이론으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런데 1970년대 들어 케인스의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게 된다. 로버트 루커스를 비롯해 여러 학자들은 "개인은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해 합리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행동하므로 정책 효과가 크지 않고,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이론은 개인의 기대 심리와 경제 이론을 연결한 융합의 산물로 평가됐고, 루커스는 노벨경제학상을 탔다. 전통적인 경제학만으로는 볼 수 없는 부분을 심리학을 통해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천동설과 지동설
천동설과 지동설

과학의 역사에서 일어난 '혁명적 변화'는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다시 말해 '과학혁명의 구조'는 어떠할까? 어느 시대에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과학적 연구 활동이 있다. 쿤은 이것을 '정상 과학(normal science)'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런데 정상 과학의 패러다임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 출현할 때가 있다.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이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게 되고, 나중에는 이것이 그 시대를 이끌어 나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과학의 역사에서 '혁명적 변화'인 것이다. 이와 같은 과학혁명의 구조는 '자연과학' 분야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미술의 역사에서도 패러다임이 바뀌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시대에 나온 '원근법'은 대상을 재현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인정받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원근법이 오히려 대상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화가 마티스는 모든 것을 평면화했고, 세잔은 그림의 초점을 여러 곳에 두는 시도를 했다.

 

마치는 말


우리가 알거나 믿고 있는 '객관적 진실'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나 우리 시대를 이끄는 패러다임 속에서 '진실'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 언젠가는 오늘날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거부하다 실패한 사례는 참으로 많다.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필름만 고집하다 뒤처진 회사도 그러한 예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부정하고 천동설을 주장하며 종교재판까지 열어 과학자들을 학대했던 로마 카톨릭은 19931030일까지도 공식적으로 천동설을 믿었다. 따라서 현재의 패러다임에 적응해 살아가되 타인의 주장을 묵살하지 말고 렌즈를 바꿔 새로운 생각을 시도하거나, 변화의 흐름을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 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느니라"(전도서 1장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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