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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10

“청산별곡”(靑山別曲) - 현실 도피와 자연 회귀를 담은 고려가요 “청산별곡”(靑山別曲) - 현실 도피와 자연 회귀를 담은 고려가요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I shall live, I shall truly live. I shall live in the green mountains.)이 문장은 현실을 벗어나 자연 속에 깃들어 살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를 담고 있다. 시작하는 말 물길처럼 삶이 흘러가고 그 물살에 휩쓸리듯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순간이 있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흔들리는 마음, 세속의 굴레에 짓눌려 숨조차 쉬기 어려운 날들. 고려가요 “청산별곡”은 바로 그런 날들 속에서 지친 이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자연이라는 품을 향해 내딛는 고독한 발걸음이다. ‘얄리 얄리 얄랑셩’이라는 후렴 속에는 슬픔을 달래는 주문처럼 이승에서의 고통을.. 2025. 7. 18.
“처용가” - 처용설화에 바탕한 고려가요 “처용가” - 처용설화에 바탕한 고려가요 東方之日兮召我來동방지일혜소아래(동쪽 하늘의 해가 나를 불러와)(The sun from the east summoned me.) 시작하는 말 밤은 길고 어둡다. 병풍처럼 드리운 달빛 아래 사랑하는 이의 숨결조차 낯설게 들리는 순간, 그 밤 한 사내는 침소의 문을 열고 참혹한 진실과 마주한다. 아내의 곁엔 다른 사내, 낯선 존재가 깊은 잠에 들어 있다. 분노와 수치, 배신과 절망이 한꺼번에 목을 죄어오지만 그는 칼을 들지 않는다. 오히려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슬픔을 삼키고 노래 속에 망각을 태우며 침묵으로 용서를 건넨다. 이것이 바로 “처용가”(處容歌)의 시작이며 처용설화의 가장 비극적인 심연이다.‘동해 용왕의 아들’이라는 신비한 존재로 등장하지만 그도 결국은 사랑.. 2025. 7. 16.
황조가 - 고구려 유리왕의 서정적 시가 황조가 - 고구려 유리왕의 서정적 시가 “悠悠黃鳥兮,於彼高岡”(유유황조혜, 어피고강)“저 멀리 날아가는 저 꾀꼬리여, 계절을 알고 날아드는구나.”(far-flying yellow bird, you know the season well.)시작하는 말 한 자락 바람에 쓸려오는 외로운 새의 울음, 그 아래 홀로 선 이는 고구려의 왕이었다. 왕좌에 앉은 자라 해도 마음의 허기를 면치 못하고 칼과 피로 세운 나라의 성채 속에서도 사랑을 잃은 이의 가슴은 더욱 공허했을 것이다. 유리왕은 고요한 숲길을 거닐다 머리 위를 스치는 꾀꼬리 한 쌍을 보았다. 서로를 부르며 정답게 나는 저 새들조차 짝이 있는데 나는 어찌 이리 외롭단 말인가. 그 탄식이 바로 한 줄 한 줄 시가 되어 흘러나왔다.“황조가”는 단순한 새의 노래가.. 2025. 7. 15.
“밤에 얼굴을 한 집”(Casa Tomada) - 훌리오 코르타사르(Julio Cortázar) “밤에 얼굴을 한 집”(Casa Tomada) - 훌리오 코르타사르(Julio Cortázar) “우리는 그 집을 좋아했다. 넓고 오래된 데다 요즘은 오래된 집들이 헐려 자재로 팔려나가기 일쑤지만 그 안에는 우리 증조부모와 할아버지, 부모님, 그리고 우리의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Nos gustaba la casa porque aparte de espaciosa y antigua hoy que las casas antiguas sucumben a la más ventajosa liquidación de sus materiales guardaba los recuerdos de nuestros bisabuelos, el abuelo paterno, nuestros pad.. 2025.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