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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가” - 처용설화에 바탕한 고려가요

by 이삭44 2025.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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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가” - 처용설화에 바탕한 고려가요

 

東方之日兮召我來

동방지일혜소아래

(동쪽 하늘의 해가 나를 불러와)

(The sun from the east summoned me.)

 

처용탈
처용탈

시작하는 말

 

밤은 길고 어둡다. 병풍처럼 드리운 달빛 아래 사랑하는 이의 숨결조차 낯설게 들리는 순간, 그 밤 한 사내는 침소의 문을 열고 참혹한 진실과 마주한다. 아내의 곁엔 다른 사내, 낯선 존재가 깊은 잠에 들어 있다. 분노와 수치, 배신과 절망이 한꺼번에 목을 죄어오지만 그는 칼을 들지 않는다. 오히려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슬픔을 삼키고 노래 속에 망각을 태우며 침묵으로 용서를 건넨다. 이것이 바로 처용가”(處容歌)의 시작이며 처용설화의 가장 비극적인 심연이다.

동해 용왕의 아들이라는 신비한 존재로 등장하지만 그도 결국은 사랑과 배신 앞에서 피 흘리는 한 인간이었다. “처용가는 단순한 민간설화의 노랫말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을 부여잡은 자의 처절한 몸부림이며 그 안에 스며든 고통은 조용하지만 뼛속까지 시린 울림을 전한다. 바로 이 노래가 고려가요의 한복판에서 절절하게 되살아나는 이유다.

 

1. 저자, 처용(저자 미상 혹은 처용, 신라 헌강왕(재위 875-886)

 

처용가”(處容歌)의 저자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전해지지 않아 누구인지 확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 노래는 신라 말기 향가로 분류되며 국문학 및 역사 연구자들 사이에서 처용 설화의 중심인물인 '처용' 자신이 이 노래를 지은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삼국유사”, ‘처용랑 망해사조에 따르면 처용은 신라 헌강왕(재위 875-886) 시대의 인물로 동해 용왕의 아들로서 인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존재다. 헌강왕이 경치가 아름다운 명승지를 찾아 노닐다가 우연히 처용을 만나 궁중악(宮中樂)에 참여시키고 벼슬까지 내렸다고 한다. 이때 궁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온 처용이 자신의 아내와 역신(疫神)이 함께 있는 장면을 보고도 용서하고 노래를 지었는데 그것이 바로 처용가.

이로 인해 후대에는 처용이 직접 지은 노래로 간주되었으며 실질적인 문학사에서는 작자 미상으로 분류되되 전승상으로는 처용이 창작자로 전해진다. “처용가는 신라 향가 가운데 가장 후기에 속하는 4구체 향가로 고려가요의 서정적 요소와 연결되는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2. 저작 동기

 

처용가”(處容歌)는 깊은 개인적 상실과 고통 속에서 비롯된 상징적 표현으로 이해된다. 설화에 따르면 신라 헌강왕 때 동해 용왕의 아들인 처용은 왕의 총애를 받아 아내를 얻고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밤 외출 후 돌아온 처용은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역신(疫神)이 함께 잠든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간통이나 배신이 아닌 초월적인 존재에게 사랑과 가정을 빼앗긴 한 인간의 절망을 드러낸다. 그런데도 처용은 분노하거나 복수하지 않고 자신의 고통을 노래로 승화시킨다. 그는 노래를 부름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동시에 역신에게 스스로 물러날 여지를 주는 너그러움과 절제를 보여준다.

 

처용가는 단지 사적인 비애를 표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슬픔과 상처 앞에서 어떻게 인간이 품격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품고 있다. 이 노래는 고통을 이겨내는 처용의 내면적 힘과 더 나아가 역병과 재앙을 물리치는 주술적 힘을 지닌 노래로 전승되며 민속신앙과 문화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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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대적 배경

 

처용가”(處容歌)가 지어진 시대는 신라 말기, 특히 헌강왕(재위 875-886) 때로 이는 신라가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불안정, 외부적으로는 후삼국 분열의 조짐이 일기 시작한 몰락기의 문턱에 해당한다.

 

당시 신라는 왕권이 약화되고 지방 호족 세력들이 점차 성장하면서 중앙의 통제가 느슨해지고 있었다. 수도 경주를 중심으로는 여전히 화려한 귀족 문화가 유지되고 있었으나 그 이면에는 역병, 기근, 전란의 조짐들이 겹쳐 백성들의 삶은 불안하고 고단했다. 헌강왕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풍류와 음악, 신비로운 전설과 민간신앙을 중시하는 문화정책을 펼쳤고 이는 처용가가 탄생하게 된 역사적·문화적 토양이 되었다.

 

또한 이 시기는 불교와 샤머니즘, 도교 등이 혼합된 다신적 종교문화가 활발하게 공존하던 시기였고 처용가는 그 가운데 역신(疫神)을 달래거나 쫓는 주술적 목적도 함께 지닌 노래로 이해된다. 실제로 처용의 얼굴을 형상화한 처용탈을 쓰고 춤추는 처용무(處容舞)는 후대에 궁중 무용으로 정착되어 역병을 물리치는 무속적 기능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처용가는 단지 개인의 사연을 담은 향가가 아니라 신라 말기의 불안한 시대적 분위기와 종교적 혼합 문화 그리고 인간의 고통을 초월적 상징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어우러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4. 주요 캐릭터들

 

처용가”(處容歌)와 관련된 설화 속에는 몇몇 상징적이고 핵심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인물들은 단순한 등장인물을 넘어서 신라 말기의 세계관과 정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상징적 존재들로 이해할 수 있다.

 

1) 처용(處容)

 

처용은 처용가의 주인공으로 동해 용왕의 아들이자 신비로운 존재로 등장한다. 그는 인간의 세계로 나와 헌강왕에게 발탁되어 궁중 악사로 활동하며 인간 여인과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다. 그러나 어느 날 외출 후 집에 돌아온 그는 자신의 아내가 역신과 함께 잠든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 순간 처용은 분노하지 않고 노래를 부름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역신을 물리친다. 그는 슬픔과 배신 앞에서 초월적인 침착함과 용서를 보여주는 인물로 고통을 아름다운 노래로 승화시킨 예술적 인간이자 고난 앞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존재로 그려진다. 동시에 역병을 막는 주술적 존재로도 신격화되어 후대에는 처용탈처용무로 상징되는 민속신앙의 중심인물로 자리 잡는다.

 

2) 역신(疫神)

 

역신은 처용의 아내와 부정을 저지른 존재로 등장하며 설화 속에서 질병과 재앙을 상징하는 신이다. 밤에 몰래 사람의 집에 들어가 병을 옮기고 처용의 아내까지 범한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처용이 노래를 부르자 그의 관용과 노래의 힘에 감복하여 물러나고 이제부터 처용의 얼굴이 있는 곳에는 다시는 들어가지 않겠다라고 맹세한다. 역신은 단순한 악역이라기보다는 시련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시험하고 동시에 노래와 예술이 가지는 구원의 힘을 드러내는 존재로 해석된다. 역신은 인간의 통제 너머에 존재하는 공포와 혼돈의 상징이며 동시에 그것을 잠재울 수 있는 인간 정신의 힘을 부각시키는 장치이다.

 

3) 처용의 아내

 

처용의 아내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직접적인 행동보다는 사건의 매개체로서 존재한다. 그녀는 역신에게 유혹당하거나 강제로 관계를 맺는 인물로 신분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수동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러나 그녀의 존재는 인간의 가정과 일상이 얼마나 쉽게 외부의 혼란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처용이 노래를 통해 감정을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며 상실과 용서의 주제가 중심으로 부각되는 데 기여한다.

 

4) 헌강왕(憲康王)

 

헌강왕은 처용을 궁중에 들여 벼슬을 내리고 음악 활동을 시키는 왕권의 상징적 인물로 등장한다. 비록 이야기 속에서 중심인물은 아니지만 처용이 인간 세상에 들어오게 된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한 인물이며 당대 궁중 문화와 예술 활동이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존재다. 헌강왕의 존재는 신라 말기 귀족 사회의 정서적 풍류와 동시에 국정이 흔들리는 가운데 문화와 예술로 위안을 삼던 시대적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처용가속 인물들은 각각의 상징성과 정서적 무게를 지닌 채 단순한 민간 설화를 넘어 예술, 종교, 인간 내면의 고통과 구원이라는 주제를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5. 주요 테마

 

처용가는 상실과 용서의 노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배신을 당한 한 사내가 복수나 비난이 아닌 노래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승화시키는 장면은 고통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반응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처용은 자신의 상처를 노래로 바꾸고 그 노래는 역신마저 물러서게 할 만큼 강한 힘을 가진다. 여기에는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예술이 가진 정화와 구원의 힘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다.

또한 처용가는 재앙과 구원의 테마를 품고 있다. 역신은 단지 한 인간의 가정을 파괴한 존재가 아니라 질병과 재난의 근원이자 당시 사회가 공포로 인식하던 실체 없는 위협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역신은 처용의 노래 앞에서 물러서고 그 얼굴이 그려진 탈 앞에서는 다시는 접근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이는 주술적 신앙과 민속적 믿음이 결합된 문화적 표현이며 동시에 인간이 재앙을 예술과 상징을 통해 극복하려는 지혜를 드러낸다.

 

처용가는 인간의 품위와 초연함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가장 비극적인 상황에서조차 흥분하거나 격노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통을 다스리는 처용의 모습은 단지 개인의 인격을 넘어 신라 말기 귀족적 정서 즉 풍류와 절제의 미학을 반영한다. 고통을 분노로 되갚음하지 않고 고요한 노래 한 줄로 표현하는 방식은 오히려 더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처용가는 문학과 의례, 민속의 경계에서 탄생한 복합장르의 예다. 개인의 서정과 사회적 주술이 맞닿아 있으며 향가로서의 문학적 아름다움과 동시에 역병을 막는 의례적 기능을 지닌다. 이처럼 처용가는 인간의 슬픔, 용서, 예술, 구원, 그리고 공동체적 소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신라 말기 문화 정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6. “처용가(處容歌) 원문

 

처용가“(處容歌) 원문

 

東方之日兮召我來

夜入我舍兮美眠宿

見如許之兮羞不言

踰梁而走兮厥誰處也

(동방지일혜 소아래

야입아사혜 미면숙

견여허지혜 수불언

유량이주혜 궐수처야)

 

현대어 번역

 

동쪽 하늘의 해가 나를 불러

밤에 내 집에 들어와 고운 잠을 잤네.

이런 일을 보고도 부끄러워 말하지 못하고,

들보를 넘고 나와버렸으니, 이는 누구의 자리이냐?

 

해설

 

1: 동방지일혜 소아래(東方之日兮召我來)

동쪽 하늘의 해가 나를 불러

처용이 궁중의 명을 받고 외출하게 된 계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동방의 해는 왕(헌강왕)을 상징할 수 있으며 왕의 부름으로 처용이 자리를 비우게 되었음을 나타낸다.

 

2: 야입아사혜 미면숙(夜入我舍兮美眠宿)

밤에 내 집에 들어와 고운 잠을 잤네.”

처용이 외출한 사이에 역신이 처용의 집에 들어와 그의 아내와 동침한 장면을 묘사한다. ‘미면숙은 단순한 잠이 아닌 사랑을 나눈 은밀한 관계를 함축하는 표현이다.

 

3: 견여허지혜 수불언(見如許之兮 羞不言)

이런 일을 보고도 부끄러워 말하지 못하고

처용은 자신의 아내가 역신과 함께 있는 것을 직접 보고도 분노하지 않고 말없이 부끄러움을 삼키는 절제된 태도를 보인다. 이는 감정의 폭발 대신 침묵과 품위를 택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4: 유량이주혜 궐수처야(踰梁而走兮 厥誰處也)

들보를 넘고 나와버렸으니, 이는 누구의 자리이냐?”

처용은 들보를 넘어 조용히 물러난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에서 자신의 집, 자신의 아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존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물음은 직접적인 질책이 아니라 자신의 상실을 되묻는 초연한 방식의 반응이다. ‘그 자리는 누구의 자리인가라는 물음은 인간의 삶과 관계에서 소유의 의미, 존재의 권리를 묻는 철학적 여운을 남긴다.

 

처용가는 단순한 개인적 비애를 넘어 신라 말기의 불안한 사회, 인간 내면의 상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는 고요한 정신성을 압축한 향가다. 처용은 분노하지 않고 노래함으로써 역신을 물리치고 그 모습은 이후 주술적 신앙의 상징, 나아가 예술의 힘으로 재앙을 극복한 인물로 숭앙받게 된다.

처용가는 문학적으로는 서정성과 상징성, 종교적으로는 주술적 의미와 신앙, 역사적으로는 신라 말기 혼란과 풍류의 문화를 함께 담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나가는 말

 

밤은 길고 어둡다. 병풍처럼 드리운 달빛 아래 사랑하는 이의 숨결조차 낯설게 들리는 순간, 그 밤 한 사내는 침소의 문을 열고 참혹한 진실과 마주한다. 아내의 곁엔 다른 사내, 낯선 존재가 깊은 잠에 들어 있다. 분노와 수치, 배신과 절망이 한꺼번에 목을 죄어오지만 그는 칼을 들지 않는다. 오히려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슬픔을 삼키고 노래 속에 망각을 태우며 침묵으로 용서를 건넨다. 이것이 바로 처용가”(處容歌)의 시작이며 처용설화의 가장 비극적인 심연이다.

동해 용왕의 아들이라는 신비한 존재로 등장하지만 그도 결국은 사랑과 배신 앞에서 피 흘리는 한 인간이었다. “처용가는 단순한 민간 설화의 노랫말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을 부여잡은 자의 처절한 몸부림이며 그 안에 스며든 고통은 조용하지만 뼛속까지 시린 울림을 전한다. 바로 이 노래가 고려가요의 한복판에서 절절하게 되살아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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