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과학으로 본 북한의 협박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한반도 핵전쟁은 시간문제다' '미국 본토까지 핵으로 타격 하겠다'. 지구와 우주 정복을 꿈꾸는 악당들이 등장하는 코미디 첩보 영화나 공상과학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들을 우리는 수년째 뉴스에서 본다. 북한으로부터 날라오는 허구헌날의 협박이 별로 즐겁지 않다. 협박의 핵심은 방법과 의도다. 두뇌과학을 기반으로 북한의 최종 목적과 전략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1. 두뇌 시스템
북한의 기본 전략 자체는 단순해 보인다. 점점 거칠어지는 언어와 강도 높은 협박을 통해 우리를 공포와 두려움에 빠지게 하려는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 대부분의 뇌엔 공포를 느끼게 하는 두 가지 신경 시스템이 존재한다. 생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정보들이 시상(thalamus)을 통해 관찰되면 먼저 본능적 '낮은 시스템(low road)'을 통해 편도체에 전달된다. 편도체(amygdala)의 신경세포는 대부분 부정적이거나 위험한 요소에 반응을 보이도록 돼 있다. 그렇게 전달된 자극은 자동으로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리며,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호르몬을 통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지며 근육이 단단해진다. 이런 본능적 공포에 빠지면 두뇌는 이성적 판단 능력을 잃어 결국 '대결 아니면 도피(fight-or-flight)' 같은 극단적 반응을 하게 된다. 이런 극단적 행동은 상황에 최적화하지 못할뿐더러 상대방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2. 두뇌의 상위 시스템
두뇌 안에는 동물적 대결 시스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이성적인 '상위 시스템(high road)'이 존재한다. 시상을 통해 대뇌피질(예를 들어 시각 뇌)로 전달된 정보는 해마(hippocampus)에서 과거 경험 기억들과 비교된다. 결국 같은 자극이라도 상위 시스템을 통해 처리되면 해마의 과거 경험과 대뇌피질의 논리적 계산을 기반으로 최적화된 결론을 내리게 된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은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도, 해마와 대뇌피질을 통한 이성적 판단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적 판단을 위해선 상대방의 목적을 이해하는 게 핵심이다. 호랑이의 목표는 맛있는 먹이일 것이다. 그럼 북한의 목표는 무엇일까? 다양한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전면전을 통한 자살 행위나 단지 굶어가는 나라의 자존심과 최고 존엄이라 일컫는 김정은이를 지키고자 하는 짓은 아닐 듯하다.
3. 그들의 목표
다시 생각해보자. 현재 진행 중인 북한의 협박은 아무런 외적 원인 없이 자신들의 주도 아래 자신들의 타이밍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다 계획된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뜻이다. 대한민국이 그 협박에 못이겨 또다시 퍼줄 때까지 계속될 협박이라는 게 내외신에 나오는 전문가 대부분의 분석인 듯하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강도 높은 협박에만 집중할 때 그들은 금융 사이버 테러, 가상화폐 탈취 또는 국가 신용등급 하락 유도 같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통해 이미 대한민국이라는 고기 덩어리를 조금씩 물어뜯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협박 그 자체가 목표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