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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같은 인간의 두뇌

by 이삭44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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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같은 두뇌? 블록같은 회로망으로 다양한 기능 수행

현대 뇌과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 중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MRI)이라는 게 있다. 수십억원 가격에 다루기도 어렵고, 시간적·공간적 해상도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뇌의 다양한 상태를 뇌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 촬영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특히 MRI의 여러 방식 중 하나인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fMRI)'을 사용하면 살아있는 뇌의 지각, 인지, 감성과 연관된 기능적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 fMRI로 촬영한 모듈 같은 뇌

블록같은 회로망

fMRI1990년대 초 처음 나온 후 수많은 연구를 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 인간의 뇌는 위치마다 독특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다. 뇌에는 얼굴, , 도구, 사물의 움직임, 3D, 글쓰기 등등 서로 비슷한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세포들끼리 비슷한 곳에 뭉쳐 있어 뇌 전체가 마치 모듈 같은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모듈식' 뇌 구조는 이미 20세기 초 독일 뇌 과학자 브로드만(Korbinian Brodmann)을 통해 제시된 바 있다.

브로드만은 신경세포의 조직적 구조를 연구했는데, 위치에 따라 신경세포의 크기, 구조, 밀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포 조직적으로 비슷한 영역을 묶어 지도화한 것이 바로 오늘날 '브로드만 지도'라고 불리는 뇌 조직 표준 지도이다. 신기한 것은 브로드만 지도와 fMRI를 통해 얻은 기능적 뇌 지도가 상당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결국 뇌는 기능적으로 서로 구별되는 영역으로 나뉘며, 이 기능적 영역은 각자 다른 신경세포의 조직적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두뇌의 분업화


두뇌의 모든 기능이 정말 각자 다른 뇌 영역으로 구별될 수 있을까? 인간 뇌의 기능은 거의 무한이지만, 뇌 영역은 한계가 있다. 모든 기능을 영역적으로 나눠 구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기능은 어떤 식으로 뇌에 구현되어 있을까? 이론적으로 많은 시나리오가 가능하겠지만, '레고 형식'의 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브로드만이 발견한 것처럼 뇌는 영역마다 세포조직적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시각, 청각, 인지 관련 뇌 영역은 기능적으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른 정보들을 처리해야 하는 데 비해 너무나도 비슷한 세포 간의 회로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뇌 피질은 반복되는 서로 비슷한 회로망으로 구현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레고식' 뇌 기능 구조를 제안할 수 있다. 마치 기본 레고 블록들을 모아 다양한 모양을 구현할 수 있듯이 인간의 두뇌 역시 동일한 기본적인 회로망을 중심으로 나머지들을 잘 연결해 무한에 가까운 인간의 두뇌 기능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