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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는 만들어지는 시기가 있다.

by 이삭44 2023.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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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시기'가 뇌를 만든다.

얼마 전 독일 사람들과 이야기하던 중 "우리가 독일인이라 그런 게 절대 아니고, 시장경제와 사회복지가 적절히 혼합된 독일이 가장 살기 좋은 곳 아니냐?"라는 말을 들었다. 비슷한 주제로 미국 친구들과 이야기했을 땐 "자유로운 미국 사회가 가장 좋지 않으냐?"라고 했다. 궁금해져 일본·한국 친구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더니, 역시 "안전하고 깨끗한 일본이 최고", "정 많고 끈끈한 한국이 가장 좋지"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다들 자신의 '객관성'을 강조했다.

1. 두뇌를 구성하는 신경 세포들

우리는 왜 고향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타국에서 살면 고향이 그리워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두뇌 발달과 연관되어 있다. 두뇌는 수천 개의 다른 신경세포들과 '시냅스'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지능·감성·기억 등 모든 것은 100조개의 시냅스로 결정된다. 그러나 이 많은 뉴런과 시냅스의 모든 위치와 구조를 유전적으로 똑같이 물려받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두뇌 발달엔 주변 환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어린아이는 어른과 비슷한 숫자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간의 연결성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마치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큰 길은 유전적으로 타고나지만, 막상 부산에 도착하면 신경세포는 주변 세포와 무차별로 연결되어 있다. 이 중 적절한 시냅스도 있고, 연결되어서는 안 되는 시냅스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적 시기'라는 걸 가지고 있다. 오리는 태어난 지 몇 시간, 고양이는 4주에서 8, 원숭이는 1, 그리고 인간은 약 10~15년까지 유지되는 이 결정적 시기에 자주 사용되는 시냅스는 살아남고, 사용되지 않는 시냅스는 사라진다.

갓 태어난 오리의결정적 시기에 어미 역할을 해 오리들이 평생 자신을 따르도록 한 콘라드 로렌즈 교수.

2. 두뇌 발발의 시기

결정적 시기의 두뇌는 젖은 찰흙같이 주변 환경을 통해 주물러지고, 모양이 바뀔 수 있다. 그 시기가 끝나면 찰흙은 굳어지고 유연성을 잃는다. 그래서 한국 아이가 스웨덴에서 자라면 완벽한 스웨덴어, 러시아 아이가 한국에서 자라면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지만, 더 이상 유연하지 않은 시냅스로 가득 찬 어른의 두뇌로 외국어를 배우기란 정말 괴롭다. 두뇌는 덜 완성된 상태로 태어나, 경험한 주변 상황에 의해 최적화되도록 완성된다. 고향이 편한 건 어릴 적에 경험한 음식·소리·풍경·얼굴이 우리의 뇌를 완성시킨 바로 그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최적화되어 있으면 편하다. 선택이 필요 없고 막연히 좋다. 거꾸로 다른 환경에 최적화된 두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당연한 것들이 전혀 당연하거나 편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내 것이 좋기 때문에 남의 것이 나쁘다"가 아니고, "내 것이 나에게 좋은 만큼 다른 것은 다른 사람에게 좋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인간의 두뇌는 태어나면서부터 주변 환경이나 여건, 교육에 의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는 사실들을 기억하면 평소 좋은 습관들이기가 두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