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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어떻게 ‘나’와 ‘세상’을 구별하는가?

by 이삭44 2023.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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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어떻게 세상을 구별하는가?

교통사고로 팔이나 다리가 절단된 환자들은 일정 기간 동안 환지통 때문에 고생한다. 더 이상 있지도 않은 다리와 팔에 통증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팔다리가 없는 데도 아프다고 할 수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팔다리는 없더라도 뇌와 연결해 주었던 신경들, 그리고 특히 대뇌피질에는 팔과 다리에 반응했던 신경세포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1. 인간의 뇌 지도

뇌에는 세상에 대한 정보가 마치 '지도' 같은 모양으로 표현되어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기도 했듯 중세기 연금술사들은 작은 '인조인간(라틴어로 homunculus)'을 만들어보려 노력했는데, 뇌 지도를 통해 몸이 마치 작은 인간같이 표현되어 있다고 해서 두뇌과학에선 '호문쿨루스'라고 부른다. 호문쿨루스의 특징 중 하나는 우리의 몸이 있는 그대로가 아닌 기능 위주로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 얼굴, 혀같이 예민한 신체 부분들은 상대적으로 뇌 표면을 크게 차지하는 반면 등, 허리, 발 등은 작은 면적을 차지한다. 비슷한 원리는 다른 동물들에게도 적용된다. 시각, 청각, 촉각으로 세상을 느끼는 사람과는 달리 쥐는 콧수염을 통해 대부분 세상을 인지하기에 콧수염 지도는 쥐 전체 뇌의 3분의 1 가까이 차지한다.

2. 인간의 뇌지도와 호문쿨루스

뇌 지도와 호문쿨루스

우리는 살며 몸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한다. 몸의 경험들은 호문쿨루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두 다리를 사용해 열심히 달리면 다리를 표현하는 영역이 늘어나고, 수년 동안 공을 가지고 저글링 하면 호문쿨루스의 손 부분이 두꺼워지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원숭이 손에 막대기를 붙여놓고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하면 호문쿨루스 손이 막대기 끝까지 연장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운전하면 차의 끝부분들이 마치 몸의 한 부분같이 느껴지는 경험을 많이들 해보았을 것이다.

뇌에 ''의 몸은 결국 호문쿨루스로 표현된다고 가설한다면 경험을 통해 '''세상'의 경계가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세상과 자신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물체 중 자신의 손은 ''지만, 장난감은 '내가 아니다'라는 걸 배워야 한다.

3. 나와 세상의 경계선

그렇다면 세상과 나의 경계는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일까? 나의 몸은 내가 제어하기에 예측 가능하지만 세상은 타인이 제어하거나 랜덤으로 변해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나와 세상의 차이는 얼마만큼 예측 가능하냐에 달렸다고 주장해 볼 수 있다. 더구나 LSD 같은 마약을 사용하면 어느 한순간 세상과 자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환상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진화론에서는 인간은 변하지 않는 ''라는 자아를 가지고 태어나는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나와 세상의 경계는 태어나 경험하는 수많은 물체 중 지속적으로 제어와 예측이 가능한 부분집합을 통해 정해지며, 그 경계선은 언제라도 다시 바뀌거나 허물어질 수도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