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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하게, 다르게 태어나는 뇌

by 이삭44 2023.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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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하게, 다르게 태어나는 뇌

1. 세금과 복지의 객관적 선호도

세금을 많이 걷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를 늘리는 게 최선의 방법일까? 아니면 세금을 낮추고 투자를 늘려 지속적 성장을 유도하여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 사회가 장기적으로 안정되고 더 행복할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단순히 경제학적, 수학적 증명을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이 아니라, 개인적 선호도가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의 선호도 그 자체는 객관적이지도 않다. ‘가 복지 또는 낮은 세금을 선호하는 이유가 어쩌면 복지 또는 낮은 세금을 통해 혜택을 받을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일 거라는 기대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이순간 나의 개인적 상황과 무관한 객관적선호도란 존재하는 것일까?

2. 무지의 베일

하버드 대학의 도덕 철학자 롤스(John Rawls)무지의 베일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어떤 가정에서 태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한 후 나의 사회적 선호도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 법의 정당화를 결정하기 전이라면 만약에 내가 어떤 인종으로 태어나게 될지 모를 거라는상황 아래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뇌는 출생전 태아에서부터 많은 환경적 영향을 받는다.

우리에겐 '어떤 세상에 태어나게 될지 모른다'는 그 전제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 후오티라이넨(Minna Huotilainen) 교수 팀은 출생 전 태아에게 하루 15분 정도 특정 소리를 변형시켜 가며 듣게 했다. 출생 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한 결과, 출생 전 청각 트레이닝을 받은 아이들의 뇌가 훨씬 더 활발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과학적 증명이 좀 더 필요한 결과지만, 흥미로운 해석을 해볼 수는 있다.

임신 중 엄마의 건강과 영양 상태가 태아의 육체적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뇌도 육체의 한 부분이기에 환경적 조건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매우 섬세한 환경적 변화마저도 발달하는 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아니, 어쩌면 소리의 변화같은 미세한 환경적 조건들이 발달하는 두뇌의 구조 그 자체를 좌우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여인이 임신하면 부정하고 나쁜 소리를 듣지도 보지도 말라시며 심지어는 먹는 음식까지도 조심해서 먹도록 했다. 태아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들이다.

3. 진정한 불평등

헬싱키 대학 연구진은 출생 전 청각 트레이닝을 통해 언어장애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적 기대를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비관적 해석을 해볼 수도 있다. 우리 뇌의 선호도 그 자체가 태어나기 전 부모님의 경제적 조건과 우리가 태어날 나라의 환경적 상황을 통해 이미 정해질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롤스가 말하는 미지의 베일은불가능하며, 우리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각자 불평등하게 다른 베일을 머리에 쓰고 세상을 인식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부모가 속해있는 경제적 부나 부모의 주변 환경에 의해 2세의 두뇌까지 결정되는 것이다. 부의 대물림, 상류층의 대물림,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불평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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